대도시 생활에 지하철이 없다고 가정해보라! 그야말로 출퇴근길은 주차장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시간 약속을 가능하게 해주는 지하철 전동차를 타면 전기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고 생각해 본 적은 있는지? 머리말에서 전동차를 움직이는 전동차에 공급되는 전기의 성질을 설명했는데 여기서는 전동차 객실로 들어가서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전동차를 타면 겨울엔 히터가, 여름엔 에어컨이, 밤에는 램프가, 정차 및 출발 시에는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이 모두가 전기로 동작하는 것들이다. 전동차에 설치된 히터나 에어컨은 일반가정용 보다는 훨씬 용량이 크기 때문에 단상이 아닌 3상 교류전원이 있어야 하는데 주파수는 60Hz이고 전압은 3상 220V, 380V, 440V 등이 사용된다. 4장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전동차에 공급되는 전기는 단상 60Hz 25kV의 교류이거나 아니면 직류 1.5 kV이다.
교류가 들어오든 직류가 들어오든 이 전기를 그대로 에어컨이나 히터에 연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전차선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전기는 일단 히터나 에어컨에 적합한 전기로 가공을 해서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전차선의 교류 25kV나 직류 1.5kV는 그 크기가 일정한 것도 아니어서 운전 상황에 따라 변동이 매우 심하다. 이렇게 크기가 심하게 변하는 전기를 주파수와 크기가 일정한 전기로 가공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정지된 상태에서 전기를 가공하는 것도 아니고 시속 60~80 km로 달리면서 진동과 전차선의 스파크 등의 악조건에서 양질의 전기를 만든다는 것은 고도의 전력 전자기술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1974년도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이래 1990년도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지하철 전동차는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전동차 국산화 연구개발 덕분에 1990년도 이후부터는 국산 전동차가 운행되기 시작하였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이란, 브라질, 아일랜드 등의 외국에 수출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전력전자 기술은 짧은 시간에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하철에 이어 고속전철도 2004년도 수입산으로 개통 이래 6년 만인 2010년도에 국산 고속전철인 KTX-산천이 상용 운전을 개시하였으며 이들보다 속도를 43% 더 올린 시속 430km의 주파 기록을 보유한 차세대 고속열차인 해무(HEMU-430X)도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을 완료하였으며 2015년도 상용 운전 예정이다. 해무를 타면 서울-부산 간을 기존 보다 40여분 단축시킨 1시간 40분 정도 만에 주파하게 된다.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의 고속전철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국내기술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전력전자기술에 있다. 고속전철의 엔진은 전력전자기술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자기적 반발력을 이용하여 차체를 레일 위에 띄워놓고 추진하게 하는 자기부상열차 는 주행 중 레일과의 마찰력이 없으므로 바퀴식 고속열차보다 속도를 더 올릴 수 있어서 시속 500~700km 대의 속력을 갖는 미래 교통수단으로 상업화를 위한 연구가 지속되 어 왔다. 자기부상열차 역시 전력전자기술로 부상 및 추진력을 갖게 된다. 도심지 교통수단의 하나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전철도 지하철과 원리는 유사하므로 역시 전력전자기 술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육상뿐 아니라 해상에서도 디젤기관 또는 증기터빈으로 프로펠러축을 돌려서 움직이는 기존의 선박이 갖는 구조적 경직성, 소음, 진동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전동기로 프로펠러를 구동하는 전기추진선이 등장하였는데 1990년대부터 크루즈선, 쇄빙선, 함정 등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전동기의 속도제어 원리는 머리말에서 언급한 지하철 전동차용 전동기의 원리와 유사하며 역시 전압의 크기와 주파수를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는 전력변환장치가 필수적이다.
환경공해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전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배터리와 배터리 충전시스템이 갖는 문제점들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향후 보급이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인데, 특히 스마트그리드와 연계하여 에너지 저장 요소의 기능도 갖게 되어 기존의 자동차와 는 그 쓰임새에 있어 차원이 다르다. 전기자동차의 연료는 배터리이며 배터리는 직류시스템이다. 배터리에 에너지를 충전시키려면 충전소에서 충전하거나 아니면 야간에 개인 주차장에서 교류 220V를 공급해 주면 된다. 충전소에서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충전을 해야 하므로 충전전류가 클 수밖에 없다. 충전소가 하는 일은 3상 교류전력을 직류 전력으로 가공해서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필요로 하는 직류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아파트나 주택가에는 단상 220V가 공급되므로 개인 주차장에서는 220V 교류전원으로 충전할 수 있는데 이때는 배터리에 바로 연결할 수 없으니 전기자동차 내부에 단상교류를 직류로 가공해 주는 장치가 탑재되며 단상이니 전기가 약해서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린다.
220v 교류를 공급하려면 전깃줄이 필요한데 오는 이 전깃줄이 성가실 때가 있다. 따라서 최근에 전기 줄 없이 충전이 가능하게 한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개발되어 상용화 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충전된 배터리는 전기자동차를 움직이는 전동기, 차량 내부 에어컨, 열선, 오디오, 계기판, 전조등, 전동의자, 윈도우 브러시,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 의 전원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주차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하절기 한낮에 전국적으로 거의 동시에 대부분의 에어컨이 가동됨에 따라 정전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전기 사용량이 폭증하는데, 이때 주차장에 서 있는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교류로 가공 하여 방출해 주면 발전소의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전기자동차 소유 자는 전기를 파는 입장이 되어 심야의 저렴한 전기로 충전해서 한낮에 비싸게 판다면 그 만큼 비용 측면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사업성까지도 고려한 V2G(Vehicle to Grid)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전기자동차를 에너지 저장장치의 하나로 간주하여 활용하는 것도 스마트그리드가 갖는 주요 기능 중 하나이다.
전기자동차의 전동기 속도제어 원리도 기본적으로는 전동차와 유사하지만 좀 더 복잡 한 상황에서 운전이 이루어지는 만큼 에너지 흐름도 복잡하다. 시내 주행의 경우 신호 때문에 가속, 감속, 정지, 출발 등이 불규칙적으로 빈번히 발생하며 오르막과 내리막의 경사도 급한 경우가 많다. 가속 시에는 배터리의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감속하는 경우에는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역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게 된다. 이때는 전동기가 발전기 역할을 하고, 배터리의 직류전기를 전동기를 위한 교류전 기로 가공해 주던 전력변환장치는 반대 방향으로 동작을 하여 교류를 직류로 가공하게 된다. 특히 내리막에서는 전동기가 계속 발전기로 동작하므로 자동차 운전도 하면서 동시에 배터리를 계속 충전하게 되므로 연료의 이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이처럼 충전과 방전이 수시로 일어나므로 배터리의 전압도 오르락내리락 하는 데 오디오, 계기판,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등의 전자기기는 일정한 직류전압을 필요로 하므로 이런 경우에는 변동이 심한 직류전기를 변동이 거의 없는 양질의 직류전기로 가공해 주는 전력변환기가 필요하다. 이처럼 전기자동차에는 교류를 직류로, 직류를 교류로, 직류를 직류로 가공해 주는 장치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서 엔진 역할도 하고, 에어컨 등 각종 편의장치들이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제 전기자동차는 하나의 전력전자 제품으로 보일 것이다. 차체와 배터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전력전자기기 들이므로 차량의 성능은 이러한 전력전자기기들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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